증권사계좌 제주 환전소서 4억원 훔친 20대 직원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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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부경찰서는 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혐의로 환전소 직원 A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지난 2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3시 40분쯤 제주시 노형동의 환전소에서 금고에 있던 현금 4억3500여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다른 직원에게 “사장이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속여 현금을 종이가방에 담아 달아났다.
환전소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서울로 도주한 A씨를 추적해 범행 이틀 뒤인 22일 오후 6시쯤 검거했다. 피해 금액 중 2억4000여만원은 회수했지만, 나머지는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있다.
A씨는 범행 동기와 피해금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공개하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경찰은 공범 여부와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부산을 찾아 “행정은 속도가 중요하다”며 “(해양수산부) 산하기관들과 관련 공기업, 출자·출연기업들도 최대한 신속하게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부경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해수부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의 부산 이전을 가능한 범위에서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연말까지는 (해수부가) 혹시 이사를 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배석한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올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해사법원 부산 설치 문제나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문제도 최대한 시간을 줄여서 신속하게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균형발전은 피할 수 없는 국가 생존전략이 됐다”며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호남에서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발전 전략을 기획 중인데,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경우 항만물류 도시의 특성을 살려 전략을 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침 기후 변화로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이 매우 커졌고, 부산이 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도 빠른 게 아니라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의 사업 철수에 따라 일시 중단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해선 “최대한 정상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걱정들을 하시는 것 같은데 국가사업이라고 하는 건 잠깐의 문제가 생겼다고 중간에서 기분 내킨다고 하고, 기분 나쁘다고 양평 고속도로 (사업)처럼 안 해버리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타운홀미팅은 지난달 25일 광주, 지난 4일 대전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타운홀미팅에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부산 타운홀미팅은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국에 집중호우로 피해가 커지면서 수해 대응을 위해 한 주 미뤄졌다.
[주간경향] “노동자는 잘못되지 않았다.” 이것을 확인받는 데 12년이 걸렸다.
지난 6월 12일 오전 11시, 박병준씨(51)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을 찾았다. 박씨는 삼성전자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기사로 일했다. 협력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이었다. 2013년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노동자임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이날은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선고하는 날이었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대법원 제3부 재판부는 원고 박씨의 승소를 확정했다. 수리기사를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 건이 유일하다. 지난 7월 20일 경기 평택시에서 만난 박씨는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12년을 참았다”면서도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승리했지만 너무 오래 걸렸고, 그 과정에서 여러 노동자가 희생됐기 때문이다. 박씨 옆엔 삼성의 노조 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우형씨의 아내 이인숙씨(59)도 있었다. 이씨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끝까지 해냈다, 이렇게 모든 투쟁이 끝나는구나 싶었다”며 “참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불법 파견 의혹을 제기한 것은 2013년 7월이다. 노동자 1335명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2년 넘게 사용하려면 원청회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규정한다.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기한 제한 없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쓰는 것을 막아놓은 것이다. 원청은 직접 채용으로 인한 비용과 관리 부담 등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업체를 이용하고,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떠밀린다. 마산센터에서 IT 수리기사로 일했던 박씨도 노조 활동을 하며 소송에 참가했다. 2015년 1월 센터가 폐업하면서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박씨는 당시 노동환경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그냥 만족도 아니고 ‘매우 만족’을 받아오지 않으면 반성문을 쓰고 다른 기사들 앞에서 반성하는 ‘롤 플레잉(역할극)’을 시켰다”며 “이런 비인간적인 취급에 대해 삼성은 협력사를 내세워서 자신들은 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했다”고 했다. 박씨는 “고객들은 우리(수리기사들)가 삼성의 얼굴인 줄 아는데,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닌 비정규직이었다”며 “그걸 바꿔보려고 노조를 했지만, 센터를 통폐합하면서 강성 조합원은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은 ‘무노조’ 방침을 갖고 노조 활동을 막으려 했다. 2018년 시작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삼성이 조직적·체계적으로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조 설립 주동자를 문제인력으로 관리하고 징계 사유를 추출해 퇴직을 유도했다. 노조가 있는 협력업체 폐업도 그 일환이었다. 노조 설립 시도가 있을 경우 조기 와해를 원칙으로 하고, 와해에 실패하더라도 장기 고사화를 목표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삼성의 탄압과 노조의 저항 속에서 2013년 10월 천안센터 노조 조합원이던 최종범씨, 2014년 5월 양산센터 노조 분회장이던 염호석씨가 사망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자 부랴부랴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5월엔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노사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며 공개 사과했다. 대부분의 수리기사는 직접 고용됐지만, 그 이전에 해고되거나 노조 와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직한 노동자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박씨를 포함해 남은 몇몇 노동자가 해고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를 만들어 투쟁을 이어갔다. 이들이 조합원과 해고자가 맞는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고, 큰 노조들은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소수만 남은 고립된 싸움이 계속됐다.
투쟁을 계속하던 해복투 일원 정우형씨는 2022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사망 전 이재용 회장에게 “나는 노조 파괴 공작의 피해자”라며 “제대로 사과하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지만 반송됐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8년을 참고 또 참았다. 더 기다리라면 자신이 없다”고 썼다. 해복투에 남긴 유서엔 “투쟁, 결사 투쟁” 여섯 글자가 쓰여 있었다.
정씨 유족과 남은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과 정씨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삼성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인숙씨는 “싸우면서 보니 회사에서만 정규직·비정규직이 있는 게 아니라 노조에서도, 죽음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었다”며 “노조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투쟁이었다”고 했다. 2023년 2월 정씨가 사망한 지 289일 만에 삼성 측과 합의하고 장례를 치렀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최초 원고 1335명 중 대부분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 고용 후 소를 취하했고, 소송이 계류 중이던 노동자 3명도 장례 이후 소송을 끝냈다. 소송의 남은 원고는 박씨 한 명이었다.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노동자들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022년 1월 2심 재판부는 노동자들 승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핵심업무인 삼성전자 제품의 수리, 유지보수 업무에 관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로에 종사했다”며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수리기사들의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잘 지키는지 평가한 뒤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구체적으로 인력 운용을 했다고 봤다. 협력업체에 수리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PDA(휴대용 단말기)나 PC를 제공하고, 수리기사들에게 CS(고객 서비스) 교육, 안전교육, 가전제품 교육 등 각종 교육을 한 것도 삼성전자서비스였다.
특히 수리기사들은 고객의 수리 요청을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산시스템에서 직접 배당받아 처리했다.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수리기법을 참고하고, 수리를 완료한 처리 결과를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전산시스템 기능과 이용 형태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기사들에게 직접 업무를 부여함으로써 이들을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징표”라고 했다.
스마트 업무 시스템이 적용되는 서비스 직종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의미가 있다. 박씨를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앞으로 가정에 전자장치는 더 많아질 것이고, 이를 수리하기 위해 사람이 방문하는 노동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사람에게 전산시스템이 지시하고, 그 사람이 담당하는 지역이 작업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류 변호사는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가 같이 줄을 서서 조립하는 것과, 같은 지역 안에서 근무하며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지시받는 것이 똑같은 양상”이라고 했다.
삼성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이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했지만, 명시적으로 불법 파견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재판에서도 삼성 측은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비스 업무를 도급받은 협력업체들이 독립적 경영을 했을 뿐, 자신들이 노동자들을 지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삼성이 고법 판결을 받아들였다면 이재용 회장의 사과를 인정했을 것”이라며 “삼성의 상고는 사과가 말뿐이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했다.
대법원 심리는 3년 4개월이 걸렸다. 노조 투쟁부터 판결을 기다리기까지의 시간에 대해 박씨는 “말로 어떻게 표현을 못 한다”고 했다. 가족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건강은 나빠졌다. 박씨는 “딸에게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게 제일 가슴 아프다”며 “누구에게 말은 못 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지만 먹고살아야 하니까 최저임금이라도 주는 회사에 다니며 버텼다”고 했다.
박씨는 대법원 판결 선고 직전 삼성 측으로부터 ‘복직을 시켜주겠다, 소송을 중단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소송을 중단하지 않았다. 박씨는 “마지막까지 자신보다 해고자 동지들의 복직을 원했던 정우형 열사의 뜻도 있고,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씌워진 프레임을 벗고 (삼성의 노조 와해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박씨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임을 최종 확정했다.
박씨는 오는 9월 초 삼성전자서비스에 복직한다. 그럼에도 유일한 판결, 혼자만의 복직에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이씨는 “기쁘지 않은 복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바뀌지 않으면 재판을 이긴 의미가 없다. 현장으로 돌아가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어떤 세상이 되길 바라느냐고 박씨에게 물었다. 그가 말했다.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명에 귀천이 어딨으며, 직업의 높고 낮음이 어딨겠습니까. 먹고살려고 회사에 다니는 것이지만, 모두 회사를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인격을 팔려고 한 건 아닌데 정규직·비정규직 나눠져버리고, 모든 위험한 일은 외주화시켜버리는 게 문제죠.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긴 힘들겠지만, 법에 정해진 것은 지켰으면 합니다. 비정규직 2년 일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는 게 법이잖아요.”
1964년 5월6일, 최말자씨는 길을 알려달라며 갑자기 달려든 치한에게 붙잡혀 넘어졌다. 몇번이고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제압당한 최씨는 그의 혀를 깨물었다. 그것이 깜깜한 밤길에서 18세 소녀가 할 수 있었던 저항의 전부였다. 하지만 피해자인 최씨는 가해자의 성폭력에 맞서다 그의 혀를 절단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전락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중상해죄로 기소했고, 최씨는 6개월 이상 구치소에 갇힌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반면 가해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재판부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선고를 내렸다. 최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가해자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검찰의 억지 횡포는 최씨의 운명을 가혹하게 옭아맸다.
최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을 보며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한 자신의 정당방위에 용기를 낸 것이다. 그 길도 순탄치 않았다. 최씨는 법정에서 “나는 무죄”라고 외쳤지만, 부산지법은 1·2심 모두 기각했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 “본 사건은 당시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1964년이나 2020년이나 최씨는 옳았고 검찰과 법원은 틀렸다. 지난해 12월 포기하지 않고 재항고한 최씨에게 대법원이 파기환송으로 재심의 길을 열었다. 그날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 한 인간의 존엄을 치유하고, 법원 역사상 가장 잘못된 판결을 법원 스스로 바로잡으라는 결정이었다.
지난 23일 부산지법 352호 법정. 자신을 가해자로 만들었던 곳이다. 검찰은 최씨의 절박한 저항이 정당방위였다며 사죄했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제가 이겼습니다”라 외치며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이 외마디 함성이 한낱 최씨 개인의 부당한 과거를 바로잡았다는 기쁨일 뿐이랴.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지켜낼 권리가 있고, 세상의 모든 정당방위가 인정받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오는 9월10일 법원이 응답할 차례다. 61년 전 최말자, 61년 동안 최말자, 61년 만의 최말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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