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총리 임명 서둘러야 할 헌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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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 권력구조를 대통령제로 단정한다. 그리고 쉽게 미국 대통령제를 연상하는 오해를 한다. 그러나 이번 내란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우리 정부 형태는 미국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제헌헌법 이래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혼합한 변형적 권력구조를 채택해왔다.
이승만 제헌의회 의장의 몽니로 내각제가 대통령제로 바뀌었다는 야사에도 불구하고 제헌헌법의 권력구조를 단순히 대통령제로 단정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출권이 국회에 있었다. 의회 다수파가 행정권의 수반을 선출하는 건 내각제 아닌가? 심지어 제헌헌법에는 합의체로서 국무원이 헌법상 ‘의결기관’이었다. 국정의 기본적 계획과 정책을 비롯해 대통령이 가지는 권한은 국무원의 의결에 따라야만 했다. 내각 회의체가 의결권을 가지는 건 전형적인 내각제적 요소다. 다만 이승만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하고 미국식 대통령제로 통치한 독재자가 되었지만.
6월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도 이전의 제왕적 대통령제 헌법과 외형적으로 유사하지만 그 실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통령의 제왕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현행 헌법이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총리와 현행 헌법의 총리 또한 헌법적 위상이 같을 수 없다. 독재적 권력구조의 총리가 방탄과 대독에 충실한 장식적 지위였다면 독재 극복적 권력구조의 총리는 민주공화적 지위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제 총리는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를 조율하는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핵심이다. 헌법제정권력이 기획한 대로, 총리는 행정부를 구성하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하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가 이루어지는 문서에 독자적으로 부서를 해야 하며, 국정 최고심의기관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정부 내 협치’의 중심추가 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정부의 2인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헌법은 이와 같은 총리의 헌정적 역할을 고려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받게 했다. 역시 총리제를 가지지만 그 임명은 대통령의 전권인 프랑스와도 본질적으로 다른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권력구조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총리는 제왕적 대통령제 시대처럼 장식물 취급을 받아왔다. 이번 내란 사태에서도 한덕수 총리는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제대로 반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회의 신임을 기반으로 하는 총리직의 헌법적 위상을 무시하고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임명권자에게만 충성하며 정작 국회의 다수파를 무시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은 내란방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새 정부의 첫 조각이 내란정부 총리대행의 형식적 지위를 빌려 진행되고 있는 것은 헌정 회복의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인수위 없이 출범해 내란 사태로 거덜 난 나라를 신속히 수습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같은 취지에서, 헌법이 명령하는, 국무회의를 통한 정부 내 협치를 전혀 지키지 않았던 이전 정부와 달리 국무회의를 실질적 공론기관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내란방조 내각의 국무회의를 통한 공론은 민주정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헌법이 “15인 이상 30인 이하”로 정한 국무회의의 구성요건을 명실상부하게 갖추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하루빨리 민주내각을 구성해 헌법정신에 맞게 정부 내 협치를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민석 후보자가 하루빨리 임명되어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국무회의도 정상화하며, 행정 각부도 총리의 통할 아래 새 정부의 이념과 정책을 집행하게 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무역전쟁, 국지전의 전방위적 확대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현실을 볼 때 대통령 혼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헌법의 권력구조가 정한 대로 총리와 그가 제청해 임명된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을 보좌해 이 난국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 시대착오적인 내란으로 거덜 난 헌정을 회복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다소의 아쉬움은 접어두고라도 총리 임명은 아무리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다.
5년 전 이 지면에 ‘약자의 눈’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당시 출범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약자의 눈’을 응원하고 싶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일단 10점 정도 감점하고 보는 내가 감점 없이 10점을 더한 글을 쓴 것은 이들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내게 토론회를 진행하는 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가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의원들이 직접 자리까지 마련해서 듣겠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모두 알듯이 국회의원들은 중요한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바쁜 사람들이다. 자료집에는 얼굴과 말을 빠짐없이 박아 넣지만 정작 토론회 참석은 자료집의 얼굴과 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석을 했다고 해도 그저 축사가 목적인 사람들이다. 이날의 토론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는데, 행사 실무자는 내게 이분들 모두 바쁘니 인사말만 하고 떠날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했다. 어차피 10점 감점하고 있던 터라 그렇게 진행했다.
그런데 옆에 앉은 한 의원이 내가 열어준 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듣고 가겠다고 했다. 같은 당 의원들이 당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먼저 자리를 떴고, 테이블에 엎어둔 휴대전화로 회의 시간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계속 날아드는데도, 그는 발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를 메모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처음엔 잠깐만 머무를 것처럼 하더니 결국 끝까지 남았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발언을 청했을 때 그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보여주었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도 모호하지 않게 말했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고, 그가 대표로 있다는 ‘약자의 눈’ 소개 리플릿을 집에 들고 와서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거기에는 약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찾는 것이 정치라고 쓰여 있었다. 약자의 눈.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가져다 쓰는, 그래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국민의 눈’ ‘국민의 목소리’ 같은 말이 아니어서 참 좋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야기다. 그의 과거 행로를 좋지 않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날의 경험이 무척 새로웠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 감점을 지웠다. 언젠가 TV 채널을 생각 없이 돌리다가 한 종교 채널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그는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언급하며 “그분들만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같이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그리고 예산과 입법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인식’을 전환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보통 정치인들은 장애인에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라고 다그치는데 그는 달랐다. 그는 종교지도자들이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길을 찾아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의 장애인 이동권 제약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입니다.” 이 정도면 감점 지우기가 아니라 보너스 점수를 줘야 한다.
그런데 역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보다. 그동안 그가 ‘약자의 눈’을 연기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로서 그가 이번에 차별금지법 문제를 둘러싸고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 절망적이다. 그는 예전으로 돌아가버렸다(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그는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가 있고, 이들 사이에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정치인들이 지난 18년간 해온 말을 그도 똑같이 반복했다. 약자의 눈으로 사회를 바꾼다던 사람, 종교지도자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어가겠다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고 보수개신교의 목소리를 헌법적 목소리로 격상시킨 사람만 남았다. 차별금지법을 두고 사회적 합의라니, 사실상 그는 차별받는 사람에게 차별하는 사람의 동의를 구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내 눈이 틀렸다는 것을 고백한다. 사람 보는 눈에 미련이 남아 자료를 뒤지다가 그가 어느 개신교 행사에서 동성애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접했다. 그는 약자의 눈은커녕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자기 생각은 “새 정부와 집권여당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하였으니, 정말로 눈을 부릅떠야 할 때인 것 같다. 생각은 그대로고 눈만 빌려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정부라면, ‘빛의 혁명’에서도 빛깔만 취하는 정부, 빛깔만 민주주의인 정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자의 눈’은 역시 우리의 몫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오는 28일 이번 계엄과 관련해 “전 국민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박지영 내란특검 특검보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언론 노출 때문에 인권보호 수사규칙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질문에 “피의자 인권이라는 것도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면서도 “피해가자 국민이다. 피해자 인권은 수사과정에서 알 권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리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추진에 공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위 안보실장을 만나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을 표한 사실도 확인됐다. 위 실장은 미국 요구에 따라 나토 회원국이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 것에 대해 “그게 하나의 흐름이고, 유사한 주문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26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뒤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하며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 결과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빨리 추진하자는 데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다. 시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속히 추진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추진 관련해) 약간의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어 “통상과 관련해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고 안보 문제도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그 논의를 내실화해서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준비하자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을 대리해 참석한 위 안보실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났다.
위 실장과 루비오 국무장관의 면담에서는 다음달 7일이 시한인 관세 유예 조치와 관련한 대화도 오갔으나 “관세 협상의 세부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그는 “전반적인 한·미 협상 전체에 대해 논의했고 관세 협상이 조속히 진전을 보여서 안보 문제를 논의하고 시너지를 이루는 상황이 되게 노력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신뢰와 동맹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봤다”고 설명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 한국에도 유사한 주문이 있었다고 했다. 위 실장은 “방위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여러 동맹국에 비슷한 주문을 내고 있는 상황으로 그런 논의들이 실무진 간에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는 정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헤이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눈 사실을 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이 조선업과 조선 분야 협력에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나토 회원국 이외에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 국가가 초청을 받았으나, 뉴질랜드를 제외한 3개국 정상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나토 회의 불참 계획을 밝힌 이튿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불참 소식이 전해졌는데, 한·일 양국 사이에 물밑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위 실장은 (한·일 사이에) 소통이 있었다”며 “우리가 못 가는 방향으로 소통을 했고 일본도 이를 감안해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챗봇이 훈련을 위해 책을 학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 명의 작가가 인기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미국 스타트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윌리엄 알섭 샌프란시스코 연방 판사는 “AI가 문학 작품의 창의적 요소나 저자를 식별할 수 있는 표현적 특징조차 대중에게 재현하지 않았다”며 앤트로픽의 손을 들어줬다.
알섭 판사는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글을 생성하는 훈련의 목적과 특징은 근본적으로 혁신적”이라며 “작가를 꿈꾸며 책을 읽는 모든 독자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안드레아 바츠, 찰스 그레이버, 커크 월러스 존슨 작가는 자신들의 책을 무단으로 복제해 클로드를 훈련해온 행위가 절도 행위라며 “앤트로픽이 각 작품에 담긴 인간의 표현과 독창성을 훔쳐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알섭 판사는 쟁점이었던 ‘공정 사용’에 있어 앤트로픽의 손을 들어주며 미국 저작권법의 보호 장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공정 사용 원칙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창작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IT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만드는데 적용해 온 원칙이다. 그간 앤트로픽은 클로드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매우 혁신적이기 때문에 공정 사용 원칙의 창작 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
알섭 판사는 소송을 제기한 작가들의 핵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앤트로픽이 700만권에 달하는 불법 복제물을 ‘중앙 도서관’이라 불리는 온라인 저장소에 보관한 사실은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섭 판사는 “앤트로픽이 인터넷에서 훔친 책을 나중에 다시 구입했다고 해서 도난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앤트로픽이 지불해야 할 배상액을 결정하기 위해 오는 12월 재판을 열기로 했다.
앤트로픽 측은 성명을 통해 “판결에 만족하며 이번 판단은 창의성을 가능케 하고 과학적 진보를 촉진하고자 하는 미국 저작권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인 NBC 베이는 이번 판결이 “앤트로픽의 경쟁사인 오픈AI와 메타 등 여러 AI 기업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일에는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를 상대로 자사 캐릭터를 무단으로 복제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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