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배우기 [느린 이동]층이 다른 팬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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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배우기 취향이라는 단어가 자주 유통되는 걸 본다. 어디까지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모두가 모든 정보와 모두의 선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시대에.
자원이 너무 많아졌다. 정보를 다루는 도구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다 읽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이 나를 대신해 논문과 책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1시간이면 10여분짜리 몰아보기 영상으로 네다섯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콘텐츠가 N차 창작물로 웹에 남는다. 웬만한 자원은 집에서 열람 가능한 ‘하이퍼 리소스’ 시대가 왔다.
뭐든 직간접적으로 체험 가능하다면,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성분으로 남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모든 걸 가질 수 있어서 우리는 다르게 호명된다. 취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고 시간이라는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더욱 선택에 신중해진다. 스쳐 가는 대상은 늘었지만 주목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대상들의 집합으로서 존재한다. 선택의 총합이 곧 그 사람인 시대에 들어선 거다. 트렌드 같은 말로 잠시 수렴하기도 하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담론은 점점 의미가 약해진다.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층이 조금씩 다른 팬케이크처럼 우리는 쌓인다. 개인이 곧 하나의 창구인 시대. 오로지 나만 나라는 개체를 증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작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동료들을 알고 있다. K팝 댄스를 추는데 철학서를 종일 읽는 산문가. SF적인 상상력으로 시를 쓰면서 공항에서 일하는 시인. 50년 된 컵을 수집하는데 매일 헬스장으로 향하는 작가. 그리고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라이브를 켜고 J팝을 부르는 극작가. 그들은 생활 곳곳에 저마다 여러 개의 문을 만들고 그리로 들어간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 동안 택한 삶이, 거기서 모인 재료가 자연스레 몸에 쌓인다. 생활이 언제나 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거울 앞에서 K팝 댄스를 춰본 시인의 시구에서 발견되는 역동성이 아무래도 그의 춤과 무관하지 않을 거다. 노래방에서 수년을 보낸 배우처럼 내가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인간의 역사는 모두 다르게 퇴적되어서 기필코 독자적인 데가 있다. 그 시기의 우리는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한다.
‘취향’은 하나의 정거장이지 더 이상 집단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다. 자기 욕망을 탐닉하는 여러 개체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어딘가 닮았지만 고유한 바다로 기운 지도처럼 우리는 존재한다. 현재를 점검하는 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일인칭으로 동네를 쌓고 시간을 쌓으며 모색을 계속한다. 지도는 자란다. 라자냐처럼. 층마다 다른 팬케이크처럼.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축이 늘어나고 바닥이 깊어진다.
지난 5일 법무부가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강제 수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사건에 대한 상소를 일괄 취하하기로 하면서 국가 폭력으로 수십년간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게 됐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1950년대 이후 국가가 일반 시민과 아동을 납치, 감금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태에 대해 현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 차원의 사과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는 6일 논평을 내고 “법무부의 사건 상소 일괄 취하 조치를 환영하며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국가는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들의 구제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상소 취하 조치는 국가가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과거사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다. 강제 수용, 강제 노역, 가혹 행위 등으로 피해자들의 삶은 송두리째 파괴됐다. 국가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형제복지원은 1970~1980년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부산 지역 시민과 어린이를 납치·감금한 시설이다. 약 12년간 3만8000여명이 감금돼 성폭력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당시 국가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희생자는 657명에 이른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0년대까지 비슷한 목적으로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서 운영된 아동 수용시설이다. 이곳에는 4700여명의 아동이 강제수용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숨진 이들은 암매장됐다.
이들에 대한 피해는 수십년이 지난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2021년 5월 처음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처음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 역시 진화위에서 2022년 10월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 침해’라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으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나섰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인정하고, 정부에 1인당 4500만원~6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상소를 포기하면서 조만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들은 위자료를 받게 된다.
피해 생존자들이나 지원 기관, 단체 등은 상소 취하가 진상규명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국가배상 책임이 확정됐는데도 정부가 시간을 끌며 법정 다툼을 오래 이어온 만큼,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자 지원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부터 요구한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모임 관계자는 “국가 폭력의 책임을 인정하는 공식 사과와 유족, 생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월 자신의 SNS에서 고 이대준 선감학원 아동 피해 대책협의회 부회장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며 사과의 뜻을 밝혔는데, 대통령으로는 아직 사과한 적이 없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은 당시 시신이 암매장된 선감학원 터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는 유해 발굴 작업을 마친 뒤 선감동 공설묘지에 안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강신하 변호사는 “암매장터는 아동 인권 유린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며 “유해를 옮겨 흔적을 없애는 것은 과거 국가와 공무원들의 잘못을 덮는 것에 불과하다. 공원묘지 등으로 현장을 조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재력가를 해외로 유인해 현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알선한 뒤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공갈,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직 총책 A씨(60대) 등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12월 태국으로 함께 골프 여행을 간 사업가 B씨에게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도록 유도한 뒤 수사 무마 명목으로 2억4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캄보디아의 카지노에서 사업가 C씨 등 5명을 상대로 속임수를 써 돈을 잃게 하는 수법으로 9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는 사람을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 돈을 뜯는 이른바 ‘셋업범죄’ 방식으로 범행했다.
A씨는 골프 모임에서 만난 재력가 B씨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이후 “최근 홀인원을 해서 해외 골프 여행 공짜 티켓이 생겼다”면서 해외 골프 여행을 제안했다.
B씨는 이에 응해 실제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A씨는 일정 진행 중 B씨에게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하고, 이후 현지 관리책 등과 역할을 분담해 성매매 사건으로 실제 체포되는 것처럼 연극을 꾸몄다.
A씨는 겁을 먹은 B씨에게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속였고, B씨는 실제 2억원을 송금했다.
이 사건은 B씨가 언론 보도를 통해 비슷한 사건을 접한 뒤 주변에 털어 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B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등이 C씨 등을 상대로 카지노 사기도박을 통해 돈을 가로챈 사실도 인지했다.
A씨는 B씨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C씨에게 접근해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카지노 관계자 등을 섭외해 C씨에게 70만달러의 도박 빚을 지게 하고, 이 빚 때문에 일행이 카지노에 붙잡혀 있는 것처럼 꾸며 한 번에 6억8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 처벌 가능성을 내세워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므로, 이에 응하지 말고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석 내란사건 특별검사팀이 국군정보사령관 출신 민간인 신분으로 12·3 내란에 가담한 노상원씨를 4일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일단 내란방조 혐의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적힌 북풍공작 및 야당·시민단체·언론계·종교계 인사 참살 구상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동안 특검팀은 ‘노상원 조사 전담팀’을 구성해 무속인 이모씨 등 노씨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왔다.
노씨는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난입을 기획·실행한 인물이다.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을 만들어 단장을 맡으려 했다. ‘계엄 기획자’로 불리는 데서 보듯 현재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깊숙이 내란 기획·실행에 개입한 걸로 추정된다. 앞서 노씨를 수사한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문건’ 등을 노씨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진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노씨가 경호처에서 지급받아 사용한 비화폰 기록은 비상계엄 이틀 뒤 삭제됐다.
노씨 수사의 핵심은 ‘노상원 수첩’의 실체 확인이다. 경찰이 압수한 이 수첩에는 야당·언론계·법조계·교육계·종교계·체육계·문화계 인사 등 500여명을 체포·수용·살해하려는 구상이 적혀 있다.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북한) 접촉 시 보안대책”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 북풍공작을 획책한 걸로 의심되는 대목도 곳곳에 보인다. “헌법, 법 개정” “3선 집권 구상 방안” 등 비상계엄의 목적이 장기집권임을 시사하는 문구도 있다. 노씨 메모 중 일부 ‘수거 대상’ 명단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거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에게 전달됐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평양에 무인기 침투를 지시한 정황도 구체화되고 있다. 수첩에 적힌 북풍공작과 반대세력 참살 구상을 노씨 개인의 망상으로만 치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씨 측 변호인은 이날 특검팀에 “외환 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진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특검팀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노씨 역할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일당의 내란·외환 혐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 이것이 수사의 본류이고, 수사 성패 또한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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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직간접적으로 체험 가능하다면,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성분으로 남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모든 걸 가질 수 있어서 우리는 다르게 호명된다. 취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고 시간이라는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더욱 선택에 신중해진다. 스쳐 가는 대상은 늘었지만 주목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대상들의 집합으로서 존재한다. 선택의 총합이 곧 그 사람인 시대에 들어선 거다. 트렌드 같은 말로 잠시 수렴하기도 하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담론은 점점 의미가 약해진다.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층이 조금씩 다른 팬케이크처럼 우리는 쌓인다. 개인이 곧 하나의 창구인 시대. 오로지 나만 나라는 개체를 증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작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동료들을 알고 있다. K팝 댄스를 추는데 철학서를 종일 읽는 산문가. SF적인 상상력으로 시를 쓰면서 공항에서 일하는 시인. 50년 된 컵을 수집하는데 매일 헬스장으로 향하는 작가. 그리고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라이브를 켜고 J팝을 부르는 극작가. 그들은 생활 곳곳에 저마다 여러 개의 문을 만들고 그리로 들어간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 동안 택한 삶이, 거기서 모인 재료가 자연스레 몸에 쌓인다. 생활이 언제나 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거울 앞에서 K팝 댄스를 춰본 시인의 시구에서 발견되는 역동성이 아무래도 그의 춤과 무관하지 않을 거다. 노래방에서 수년을 보낸 배우처럼 내가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인간의 역사는 모두 다르게 퇴적되어서 기필코 독자적인 데가 있다. 그 시기의 우리는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한다.
‘취향’은 하나의 정거장이지 더 이상 집단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다. 자기 욕망을 탐닉하는 여러 개체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어딘가 닮았지만 고유한 바다로 기운 지도처럼 우리는 존재한다. 현재를 점검하는 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일인칭으로 동네를 쌓고 시간을 쌓으며 모색을 계속한다. 지도는 자란다. 라자냐처럼. 층마다 다른 팬케이크처럼.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축이 늘어나고 바닥이 깊어진다.
지난 5일 법무부가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강제 수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사건에 대한 상소를 일괄 취하하기로 하면서 국가 폭력으로 수십년간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게 됐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1950년대 이후 국가가 일반 시민과 아동을 납치, 감금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태에 대해 현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 차원의 사과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는 6일 논평을 내고 “법무부의 사건 상소 일괄 취하 조치를 환영하며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국가는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들의 구제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상소 취하 조치는 국가가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과거사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다. 강제 수용, 강제 노역, 가혹 행위 등으로 피해자들의 삶은 송두리째 파괴됐다. 국가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형제복지원은 1970~1980년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부산 지역 시민과 어린이를 납치·감금한 시설이다. 약 12년간 3만8000여명이 감금돼 성폭력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당시 국가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희생자는 657명에 이른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0년대까지 비슷한 목적으로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서 운영된 아동 수용시설이다. 이곳에는 4700여명의 아동이 강제수용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숨진 이들은 암매장됐다.
이들에 대한 피해는 수십년이 지난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2021년 5월 처음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처음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 역시 진화위에서 2022년 10월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 침해’라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으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나섰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인정하고, 정부에 1인당 4500만원~6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상소를 포기하면서 조만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들은 위자료를 받게 된다.
피해 생존자들이나 지원 기관, 단체 등은 상소 취하가 진상규명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국가배상 책임이 확정됐는데도 정부가 시간을 끌며 법정 다툼을 오래 이어온 만큼,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자 지원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부터 요구한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모임 관계자는 “국가 폭력의 책임을 인정하는 공식 사과와 유족, 생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월 자신의 SNS에서 고 이대준 선감학원 아동 피해 대책협의회 부회장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며 사과의 뜻을 밝혔는데, 대통령으로는 아직 사과한 적이 없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은 당시 시신이 암매장된 선감학원 터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는 유해 발굴 작업을 마친 뒤 선감동 공설묘지에 안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강신하 변호사는 “암매장터는 아동 인권 유린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며 “유해를 옮겨 흔적을 없애는 것은 과거 국가와 공무원들의 잘못을 덮는 것에 불과하다. 공원묘지 등으로 현장을 조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재력가를 해외로 유인해 현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알선한 뒤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공갈,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직 총책 A씨(60대) 등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12월 태국으로 함께 골프 여행을 간 사업가 B씨에게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도록 유도한 뒤 수사 무마 명목으로 2억4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캄보디아의 카지노에서 사업가 C씨 등 5명을 상대로 속임수를 써 돈을 잃게 하는 수법으로 9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는 사람을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 돈을 뜯는 이른바 ‘셋업범죄’ 방식으로 범행했다.
A씨는 골프 모임에서 만난 재력가 B씨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이후 “최근 홀인원을 해서 해외 골프 여행 공짜 티켓이 생겼다”면서 해외 골프 여행을 제안했다.
B씨는 이에 응해 실제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A씨는 일정 진행 중 B씨에게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하고, 이후 현지 관리책 등과 역할을 분담해 성매매 사건으로 실제 체포되는 것처럼 연극을 꾸몄다.
A씨는 겁을 먹은 B씨에게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속였고, B씨는 실제 2억원을 송금했다.
이 사건은 B씨가 언론 보도를 통해 비슷한 사건을 접한 뒤 주변에 털어 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B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등이 C씨 등을 상대로 카지노 사기도박을 통해 돈을 가로챈 사실도 인지했다.
A씨는 B씨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C씨에게 접근해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카지노 관계자 등을 섭외해 C씨에게 70만달러의 도박 빚을 지게 하고, 이 빚 때문에 일행이 카지노에 붙잡혀 있는 것처럼 꾸며 한 번에 6억8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 처벌 가능성을 내세워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므로, 이에 응하지 말고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석 내란사건 특별검사팀이 국군정보사령관 출신 민간인 신분으로 12·3 내란에 가담한 노상원씨를 4일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일단 내란방조 혐의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적힌 북풍공작 및 야당·시민단체·언론계·종교계 인사 참살 구상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동안 특검팀은 ‘노상원 조사 전담팀’을 구성해 무속인 이모씨 등 노씨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왔다.
노씨는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난입을 기획·실행한 인물이다.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을 만들어 단장을 맡으려 했다. ‘계엄 기획자’로 불리는 데서 보듯 현재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깊숙이 내란 기획·실행에 개입한 걸로 추정된다. 앞서 노씨를 수사한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문건’ 등을 노씨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진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노씨가 경호처에서 지급받아 사용한 비화폰 기록은 비상계엄 이틀 뒤 삭제됐다.
노씨 수사의 핵심은 ‘노상원 수첩’의 실체 확인이다. 경찰이 압수한 이 수첩에는 야당·언론계·법조계·교육계·종교계·체육계·문화계 인사 등 500여명을 체포·수용·살해하려는 구상이 적혀 있다.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북한) 접촉 시 보안대책”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 북풍공작을 획책한 걸로 의심되는 대목도 곳곳에 보인다. “헌법, 법 개정” “3선 집권 구상 방안” 등 비상계엄의 목적이 장기집권임을 시사하는 문구도 있다. 노씨 메모 중 일부 ‘수거 대상’ 명단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거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에게 전달됐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평양에 무인기 침투를 지시한 정황도 구체화되고 있다. 수첩에 적힌 북풍공작과 반대세력 참살 구상을 노씨 개인의 망상으로만 치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씨 측 변호인은 이날 특검팀에 “외환 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진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특검팀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노씨 역할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일당의 내란·외환 혐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 이것이 수사의 본류이고, 수사 성패 또한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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