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김민석은 안창호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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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가 2023년 개신교 행사에서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한 발언이 보도되자 일각에서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떠올렸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했다. 안 위원장도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그는 취임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창해온 인권위 입장을 뒤집었다.
종교적 믿음으로 동성애를 혐오하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면에서 김 총리와 안 위원장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김 총리는 안 위원장과 달라야 한다. 김 총리가 성소수자를 외면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내건 민주주의 회복은 인권과 다양성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에게 혐오의 잣대를 들이댄 김 총리가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정치’를 신조로 삼아왔다는 사실은 놀랍다. 김 총리는 취임사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단 한 명이라도 남겨놓지 않고 구하자는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 총리가 바라보는 사회적 약자에 성소수자는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를 먼저 권하고 싶다. 동성애를 인구 재생산 문제로 규정하며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은 혐오 그 자체라는 비판이 많았다.
동성애 혐오에 근거한 개신교 일각의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을 “헌법적 권리”로 두둔할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이 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는지 들어보면 좋겠다. 취임 첫 일정으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성소수자들에게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 기자들은 후보 시절 김 총리에게 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관련 입장을 계속해서 물었을까. 유엔 등 국제기구가 지속해서 한국 정부에 요구해온 차별금지법 제정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기 때문 아닐까. 미국 등에서 유학해 풍부한 해외 경험을 자부한 김 총리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극복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총리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권위원장과 유사한 성소수자 혐오 인식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동성애 혐오자’라는 평가를 듣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종교적 신념이 국정 운영에 투영되지 않도록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도 새겼으면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연일 AI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타국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인프라를 통해 독자적인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소버린(Sovereign) AI’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의학과 방역이 국가 안보의 문제로 간주되던 상황과 유사하다.
현 정부가 ‘AI 분야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비 30조원, 지방비 5조원, 민간 투자 유도 65조원 등 총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소버린, 즉 ‘독자적’ AI의 확보는 이제 국가 경제를 넘어 문화적 종속에 대한 방어 전략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AI는 거스를 수 없는, 확고한 ‘단일’ 명제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마치 AI를 중심에 두고 각국과 기업들이 전쟁에 돌입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현실은 익숙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도 ‘암’과의 전쟁에 돌입한 바 있다. 근대 문명화의 불가피한 부산물로 여겨진 암을 제거하기 위해 인류가 전쟁을 선포했고, 여전히 종전은 선언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영국 의료인류학자 엘즈페스 데이비스(Elspeth Davies)는 암이 ‘단일하고 동질적인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다’라며 ‘암의 복수성’을 강조한다. 그는 암을 사회적·윤리적·정서적 차원에서 구성되는 ‘다수의 암들’로 이해한다.
예컨대, 덴마크에서 암은 ‘뒤엉킨 암(entangled cancer)’이다. 국가 주도의 표준화된 진료 체계는 조기 진단을 강조했지만, 그 설계는 중산층의 자원과 건강 리터러시에 기반해 있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은 오히려 제도에서 배제되었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는 의료 이용을 위축시켰다. 그 결과, 암 정책은 의도와 달리 현실에서 ‘뒤엉킨’ 효과를 초래했다. 한편 인도 델리에서 암은 ‘견뎌내는 암(enduring cancer)’이다. 이곳에서 암은 여성 간병자, 특히 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내에게 감정적·윤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남편의 암 간병은 탈출이 어려운 도덕적 사건이자 감정적 족쇄로 기능한다. 결국 암은 이들에게 ‘견뎌내야 하는’ 삶의 조건이 된다.
암을 떠올릴 때, 우리는 종종 명확하고 단일한 이미지를 상상한다. 그러나 데이비스가 강조하듯, 암의 의미는 국가, 기술, 의료 윤리, 계급, 젠더,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 즉, 암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복수적인 사회적·윤리적 구성물이다.
그렇다면 AI는 어떠한가. 암이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층적으로 구성되듯, AI 역시 단일한 기술 대상이 아니라 국가, 산업, 노동, 윤리의 교차점에서 복합적으로 의미화된다. ‘소버린 AI’를 둘러싼 국가 중심의 강력한 정책 담론 속에서, ‘AI 3대 강국’이라는 명제는 이제 하나의 국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구호 앞에서, AI의 복수성을 말하려는 목소리는 때로 백년지대계를 설계하는 국가 전략 앞에 사소한 민원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암도, AI도 단일한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부터 치매, 자살 문제까지 생성형 AI는 사회적 의제를 해결할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그에 대한 기대는 실효성과 무관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모습은 다르다. AI가 일부 업무를 보조하며 노동 여건을 개선한 측면도 있지만,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인간은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의사결정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2024년 MIT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쉬운 사례는 챗봇이, 어려운 사례는 인간이 맡게 되면 심각한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미국·영국 등 4개국 노동자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7%는 ‘AI 도입 이후 업무량이 증가했다’, 71%는 ‘번아웃을 겪고 있다’, 33%는 ‘6개월 내 이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제 AI는 다양한 영역에서 만능 해결사처럼 받아들여지며,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한 상상력의 이면에는, 그 기술과 더불어 생존해야 하는 이들의 ‘뒤엉킨’ 현실이 존재한다.
정녕 AI와의 공존이 불가피하고, 그 상황을 각자 ‘견뎌내야’ 한다면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잊힌 이들, 패잔병이 된 사람들을 떠올려야 한다. 국가만이 아니라, 모든 개인 또한 자신의 전장 속에서 저마다의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부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방침에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충청권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해수부 이전 문제는 세종시뿐 아니라 충청권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이 전면에 나서 반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7일 해수부 부산 이전과 관련해 ‘대통령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그는 “해양강국 실현이라는 비전에 공감하지만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국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대선 공약에도 배치된다”며 “정부 정책의 정합성을 갖춰달라는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의 진심 어린 우려에 귀 기울여 달라”고 밝혔다.
최 시장은 이어 해수부 부산 이전과 관련한 논란을 국정 비효율, 행정수도 완성 공약과의 배치, 세종시와 충청지역에 미칠 경제적 여파, 성급한 이전 추진 등 네 가지로 요약해 답변을 요청하면서 “세종은 단순한 지역도시가 아닌 국가 행정의 심장부로, 국가 운영 효율성 확보와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 해수부 부산 이전 방침을 재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수부 이전에 관해 납득할만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 타운홀미팅에도 초청받지 못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없어 서한문을 전달하게 됐다”면서 “제기된 사회적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직접 응답 혹은 정부 책임자를 통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행보에는 같은 당 소속인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최 시장을 포함한 충청권 시도지사 4명은 지난 4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지마자 ‘행정수도 완성’ 공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해수부 이전을 지시했다”며 “충청권 시도지사들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충청권 최대 이슈를 완전히 도외시한 결정에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낀다”고 밝혔다.
이들 4명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충청광역연합’ 출범 등을 추진하며 줄곧 끈끈한 공조를 이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영환 충북지사를 중심으로 탄핵 반대 움직임에 함께 했다.
이들의 해수부 이전 반대 행보에는 기본적으로 지역적 이해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 이면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이후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해수부 이전을 충청권 전체 문제로 끌고 가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여당에 대한 공격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이전을 놓고 ‘충청권 홀대론’까지 꺼내들며 여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4일 충청권 타운홀미팅이 열린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해수부 이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이전은 단순한 부처 재배치가 아니라 충청권을 철저히 배제하고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적 약속을 뒤엎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해수부 이전 저지를 위해 대전 7개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반대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에게 1인당 15만~5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소비 쿠폰)을 지급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4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은 여당이 졸속 심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반발했다. 여당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신속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국회는 이날 밤 본회의에서 31조7914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가결했다. 출석 의원 182명 중 찬성 168명, 반대 3명, 기권 11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의원들 주도로 통과됐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추경안 총액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보다 1조2463억원 증가했다. 핵심 사업인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은 12조1707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1조8740억원 늘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비수도권과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지원액이 1인당 3만원 인상됐다.
비수도권은 추가 지급액 3만원이 신설돼 주민 1인당 18만~53만원을 받는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은 추가 지급액이 2만원에서 5만원으로 늘어 1인당 20만~55만원을 받는다. 수도권 주민은 정부안대로 추가 지급액 없이 1인당 15만~50만원을 받게 된다.
민생회복지원금 재원은 중앙정부가 더 부담하기로 했다. 중앙정부 부담률은 서울의 경우 정부안보다 5%포인트 오른 75%, 그밖에 지역은 10%포인트 오른 90%로 정했다. 나머지 재원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달한다.
대통령비서실과 법무부, 감사원, 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총 105억원 증액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지난해 전액 삭감한 예산을 여당이 되자 일부 복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토론에서 전임 정부 대통령실이 집행 내역 등을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전임자가 잘못으로 제재를 받았다고 후임자가 동일한 제재를 받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은 여당 주도로 만들어졌다. 앞서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협상을 벌였으나 이날 새벽 최종 결렬됐다. 6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이날 처리를 고수한 여당은 협상 결렬 후 자체 안을 만들어 예결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예결위 논의를 일방적으로 졸속 진행했다며 “독재 예산”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신속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이날 추경안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르면 이달 중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방침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결위 전체회의 종료 직후인 오후 5시30분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하고자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자 반발해 퇴장했다. 본회의가 오후 8시40분 열렸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만 본회의장에 들어와 반대 토론했다.
박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일방 삭감했던 과오가 있다”며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손발을 자른 과오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를 해달라”며 사과 없는 특활비 복원을 비판했다.
본회의 개최가 3시간 넘게 지연된 것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검찰 특활비 복원에 반대하며 총의가 모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검찰 특활비를 이번 추경에 편성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은 ‘법무부는 검찰청의 특활비를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부대 의견을 추경안에 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감액한 특활비를 부활시켜놓고 내부 이견 때문에 본회의 일정이 연기됐다”며 “국민들을 지치게 만드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본회의 개최 직후 “일방적인 의사 일정이 진행된 것에 대해 다른 정당들의 깊은 우려와 불쾌함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당 간의 상호 협의와 배려를 통해 의사 일정을 정해온 국회 운영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민주당에 유감을 표했다. 우 의장이 본회의를 열고 1시간50분 동안 기다렸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당이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이어 추경안도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며 향후 여야 대립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주부터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열리는 이재명 정부 첫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반대 목소리를 더욱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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