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김구 선생님, 이게 맞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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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문화의 힘을 문화 이용의 규모로 측정할 수 있다면 우리 문화는 이미 높아졌다.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 문물을 이용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가장 얄팍하고 얕은 지류였던 문예 영역에서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민진과 한강 등 ‘한국적’ 작가들이 만들어낸 물결에 새로운 독자들이 빠져들고 있다.
타문화에 대한 접촉 빈도가 곧 강렬한 끌림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이용 빈도나 가치를 넘어서 이용자 심성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라면을 사 먹는 해외 소비자의 취향은 ‘라면 먹고 갈래’라는 권유가 함축하는 바를 눈치챈 젊은이의 설렘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 문물의 향유를 규모·가치 관점에서만 보지 말자. 유료 이용자만 중요하다는 접근은 최악이다. 한류 이용자를 잠재적 시장으로 간주해서, 무료 이용자는 가치를 더하지 못하니 감상을 말할 자격도 없다는 식으로 내치지 말자.
무료 이용자의 자발적 감상에 대해 말하자니, 한류의 성취는 모두 모종의 번역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타문화 이용 자체가 번역이며, 모든 번역은 해석이다. 따라서 그것은 애써 번역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마음의 지평’ 한계 내에서만 성공하거나 말거나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면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 충실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문화의 힘’을 높이는 것과 별로 상관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한류의 성공이란 세계의 이용자들(대다수가 무료 이용자다)이 만들어낸 해석에 의존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한류 문물이 얼마나 ‘한국적’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적인 것의 본질을 따지는 게 허황하다는 요점을 전하는 데 신중현의 기타 솔로나 로제의 감수성을 환기해서 장황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 <기생충>이 제공하는 불편한 즐거움이나 <오징어 게임>이 형상화한 잔혹한 허구의 사실성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는 해외 이용자들이 제기하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매력적인 한국 문물 가운데 한국적이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인가.
이걸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게 한국 문물의 특징이다. 한국 라면은 원조가 불분명하고, 드라마에는 인간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말하고, 가요는 해외 리듬에 얹혀있기 때문이다. <소년이 온다> 독자는 주인공이 죽은 자인지 아닌지 의심하며 읽기 시작한다. <미스터 션샤인>의 영웅은 미국인도 조선인도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미로운 인물은 경계인이다. 내 귀에는 한국 최고 명창은 웬디다. 목록은 끝이 없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그렇다. 신라 최대 문장가는 당나라에서 성공했고, 고려 최대 문인은 한문으로 글을 지었으며, 조선 최대 실학자는 일생을 경학에 바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 한류 최대의 자랑거리라는 말이 그럴듯했다. 그러나 지난 12·3 불법계엄과 탄핵 정국이 증명하듯이 한국의 민주정이야말로 최악의 내란과 독재로부터 한 발짝 거리에서 이룩한 불안스러운 성취일 뿐이다. 한국적 정치라는 게 있다면, 그건 어떤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서 한국적일 수만은 없기에 그렇게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한국과 태국 간에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 16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27일 결정했다. 이 조항은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 피청구국의 동의가 있으면 인도 당시 승인된 범죄 외의 다른 범죄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청구인 A씨가 “대한민국과 태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 16조1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한국과 태국이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 16조는 ‘조약에 따라 인도된 자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에 다른 범죄를 이유로 구금·기소 또는 심리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정성 원칙을 규정하면서도, 예외 사유 중 하나로 피청구국의 동의와 청구국의 동의요청서 등이 제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조약의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피청구국의 동의 및 청구국의 동의요청서 등 제출 의무’는 체약국 사이에서 이뤄지는 잠정적·중간적 성격의 외교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외교적 절차에서는 범죄인에 대한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절차적 보장이 요청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의 주장처럼 동의 요청 때마다 범죄인에게 고지하고 의견 기회 등을 부여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려 그사이에 추가적 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형사사법 운용의 효율성과 사법 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헌재는 “조약이 해당 범죄인에 대한 동의요청절차 진행 고지 및 의견·자료 등의 제출 기회 부여, 이의신청 절차 등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청구국의 동의 요청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따른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또 ‘사후적 경합범’에게 형을 선고하는 경우 형을 임의로 감면하도록 한 형법 39조가 위헌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미 합헌으로 결정한 선례가 있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씨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국외 도피 생활을 하다가 태국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했다는 범죄사실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던 중에 양국 간 인도조약에 따라 2013년 10월16일부터 2016년 10월15일까지 3년 동안 국내로 임시 인도됐다. A씨는 강도치상 등 혐의로 2017년 9월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강도상해 혐의로도 2019년 8월 징역 8년이 확정됐다. 한국 정부는 A씨를 추가 기소하기 위해 2017년 태국 정부에 특정성 원칙 배제 동의요청서를 송부했다. 태국 정부는 2017년 10월 A씨의 임시 인도를 ‘최종 인도’로 전환했다. A씨는 이후 특수강도 등 혐의로도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2020년 5월 형이 확정됐는데, 이 사건의 상고심 진행 중 인도조약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정부가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6억원’이라는 최대 한도를 설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고액 영끌’ 대출을 받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집을 사는 경우가 늘고, 이들 지역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발표 직후 다음날인 28일부터 즉각 시행되는 조치로 이들 지역의 단기 과열 조짐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27일 가계대출 관리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6억원’ 주택담보대출 한도 설정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를 이끈 ‘갈아타기’ 수요와 ‘갭 투자’ 매매를 수요 단계에서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10억원이 넘는 빚을 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경향을 주담대 한도 제한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한강벨트 지역에서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는 갭투자 수요 역시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으로 틀어 막겠다는 것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대출을 조인 ‘8·2대책’에서는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출을 금지했나 그외 아파트에 대출 한도를 총액을 일괄적으로 제한하진 않았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의 설정 배경으로 ‘감당 가능한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최대 한도 6억원은 수도권 주택 가격 수준과 주택을 구입할 때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정도, 소득 대비 부채 등을 고려해 정했다”며 “앞으로 15억~20억원 대출을 받아 고가의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6억원을 3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월평균 상환액이 약 300만 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실수요자들의 ‘감당 가능한 대출’의 한계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신 국장은 또한 “금융권이 대출 총량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 재원은 한정돼 있다”며 “한 사람에게 20억 원을 빌려주는 것보다, 10명에게 2억 원씩 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 제출받은 지난해 1~6월 ‘서울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초고액 대출로 집을 사는 비중이 컸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거래 중 10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비중은 강남구(23.81%), 서초구(21.1%), 용산구(11.96%)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와 마·용·성 등에선 이날 조치의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유례없는 수준의 고강도 규제인 만큼, 정책 효과 또한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대출 규제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강남권과 한강벨트 아파트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애널리스트 출신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대출 규제”라면서 “가격이 빠르게 많이 오른 지역일 수록 상승세가 빠르게 식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원은 “이미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와 맞물려 거래 감소·가격 조정 등 안정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그러나 금리인하 국면이고,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기 효과는 있겠으나 공급 부족, 유동성 증가 등 집값이 오르는 구조적 환경이 변하지 않았다”며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값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대출을 전면 금지했던 문재인 정부 8·2 대책도 4~5개월 간은 효과를 냈으나 저금리 환경의 지속으로 장기적으론 집값 오름세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정책 대출을 25% 줄이는 방안도 꺼냈다. 정책 대출 중 비중이 큰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도 최대한도를 대상별로 축소한다. 청년, 신혼부부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수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정책대출이 무분별하게 많이 늘었고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며 “최대 대출 한도를 줄여 한정된 재원을 나누고 상환 능력에 맞는 적절한 대출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26일 열린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에 나선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국회에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정부가 마련한 20조2000억원 규모의 세출 추경안은 경기 진작에 15조2000억원, 소상공인 재기 지원과 고용 안전망 강화 등 민생 안정에 5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추경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추경의 절반인 10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전 국민에게 1인당 15~50만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원한다.
이날 시정연설에는 여야가 협치를 통해 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전날부터 상임위별로 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석인 상임위원장 5곳의 배분과 본회의 일정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협의를 이어가되, 합의 불발 시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여야는 추경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 내 상원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6월 임시회 기한인 다음달 4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감시장비 제조업체 하이크비전(Hikvision·海康威視)이 캐나다에서 퇴출당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산업부는 이날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로 알려진 하이크비전의 캐나다 내 영업 중단을 명령했다.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은 엑스(X)에 “정부는 하이크비전의 지속적인 영업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졸리 장관은 “캐나다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 하이크비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에 설치된 제품도 사용을 중단하도록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캐나다 정보기관의 보고 등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이크비전이 어떻게 캐나다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하이크비전을 포함한 중국 감시장비 업체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이크비전 등이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소수민족 위구르 탄압과 감시에 관여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 때문이었다.
미국도 하이크비전이 중국 공산당의 소수민족 탄압과 감시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9년부터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후 하이크비전은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오른 5개 자회사의 신장 지역 내 계약을 끝냈다는 공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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